우리는 1980년대 말에 발생한 소위 “우지파동”과 1990년대 말의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을 거치면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었는데, 최근에 “쓰레기 만두”라는 충격적인 단어로 시작된 “불량만두 사건”을 겪으면서 식품과 식생활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인류의 식생활은 자연식품을 재취하여 먹던 시대로부터 벼의 재배와 주부식의 분리시대, 도작농경과 식생활의 계층화 시대를 거쳐 오늘날의 다양한 식상품 소비시대로 발전하여 왔다. 식생활은 가장 원초적이고 필수적인 생존조건의 하나로서 인류의 문화를 형성하는 기반을 이루었고 식생활과 관련되는 문화양식은 인류문화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여 왔다.
식생활의 기본요소인 식품은 우리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꼭 제공되어야 하는 물적 기초로서 인간의 성장과 건강 그리고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요소가 되고 모든 인간 활동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즉, 식품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으로 요구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식품은 우리 인간이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적당하게 함유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어떠한 위해를 가져와서도 안 된다. 이를 다시 말한다면, 식품은 영양적으로 우수하여야 하며 동시에 안전성이 보장되어 식품으로서의 건전성을 구비하여야 함을 말한다.
식품의 안전성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고도로 산업화된 오늘날에는 자연산물을 먹던 원시시대와 달리 문화와 기호에 따라 알맞게 맛과 색깔, 그리고 영양 등을 고려하여 식품을 선택하고 있으며, 또한 도시화, 핵가족화와 주부의 취업기회의 확대 등의 변화에 따라 식생활도 변화하여 왔다. 따라서 외식시설의 발달, 자동판매기의 보급, 조리포장 판매식품류의 증가와 대량으로 가공하여 생산된 식품상품을 공급받는 현실에서 식품의 안전성은 특히 주요한 관심사항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 발생한 불량만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우리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식품에서 또다시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식품안전성에 대한 관심은 평소에는 지연효과를 가지다가 어떤 위해 가능한 것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후에 집중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식품의 안전성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는 데에는 대중매체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산되며 사회문제로 까지 대두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언론보도에 대하여 그 내용의 선정성이나 과장보도가 문제로 제기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이 제고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식품의 안전성이란 사전적으로는 식품으로 인한 사고나 병의 위험이 전혀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식품의 안전성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완벽한 수준의 안전성을 요구하지만 공급자들은 비용의 측면에서 최소한의 기준으로서 안전성을 제시하게 된다. 여기서 정부는 식품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사회적인 측면과 과학적인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적정하게 보호하는 수준으로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게 된다.
이번에 제기된 불량만두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으로서는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기준이 적정한 것인지에 관한 문제라기보다 규제의 실효성에 관한 문제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에 이르러 가정, 직장과 사회에서의 생활양식은 외식산업이 발전하기 적합하도록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고 이것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식생활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식품관련업에 대한 국가의 관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것임은 크게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우리나라는 식품관련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 내지 폐지하는 경향을 유지하였고 이에 따라 정부의 사전안전관리기능이 매우 취약해졌고 또한 식품관련업의 90%가 10인 이하의 종사자로 운영되는 영세 제조업자로 구성된 현실에서 사후관리 시스템도 원활하게 작동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이러한 것을 포함하여 건전한 식생활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이를 체계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식품 안전사고를 막기가 어렵다고 할 것이다.
식품 안전사고의 방지
식품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식품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식품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하고 있는 이웃의 건강과 생명과 관련되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직업적 윤리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며 이러한 윤리의식은 영리성에 절대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직업윤리의식은 식품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홍보와 교육에 의하여 도모할 뿐만 아니라 사회일반인에게도 식품산업의 보편타당한 윤리의식으로 자리 잡도록 공감대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에 관한 것인데, 식품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사고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관심을 주는데 머물지 말고 지속적으로 안전한 식품을 추구하는 관심을 가지려는 방향으로 의식을 개선하고 불량식품을 감시 배척하려는 공동의 노력에 참여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는 곧 시민의 참여와 관심에 의한 식품문화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결과는 식품분야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전체적인 문화발전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셋째로는 정부의 역할로서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식품이 제공될 수 있도록 실효성이 있게 규제와 단속을 이행하여야 한다. 식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 관련이 되는 상품이므로 정부는 식품산업에 대한 조장적 측면을 강조하여 합리적인 규제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만 정책을 고려해서는 안 되고 또한 지방의 경우에 지역온정이나 연고의식에 의하여 그 지역에서의 위생감시와 불량식품 단속업무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정부는 적정한 수준에서 사전안전관리기능과 사후안전관리기능을 구비하도록 모든 시스템을 정비하여야 한다. 여기서 합리적인 기준으로 품목 또는 영업허가제와 식품위생책임자제도를 부활시키는 것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불량식품과 관련하여 형벌을 크게 강화하고 형사처벌의 하한선을 만들자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는데, 형벌의 위하적 효과를 감안할 때 일응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식품의 위해성에 대한 형사적 평가의 한계를 넘는 과도한 처벌규정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소지도 있으므로 선진 외국의 사례를 비교법적으로 종합 분석하여 참고하는 등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식품의 안전성을 관리할 행정 주체가 여러 행정부처로 다원화되어 있고 이에 대한 종합 조정기능이 결여되어 있어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행정의 집중화가 어렵다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식품관리행정의 다원화와 이에 대한 종합 조정기능이 결여는 국가적으로 식품행정의 중복, 단절, 비효율과 낭비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우선은 각 행정주체를 포괄하여 종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로서 식품안전기본법을 제정하고, 여기에서 각 행정주체를 통할·조정할 수 있는 상위기관으로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식품문화는 그 사회의 문화수준
위와 같은 각 주체의 노력에 더하여 식품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사회의 모든 주체를 포괄하여 우리 사회의 모두가 식품과 관련하여 공동으로 이해하고 기울여야 할 관심사항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그것이 정밀해지는 만큼 비용이 더 들게 되며 국민의 참여도 더욱 요청된다는 점이다. 식품안전관리의 체계화, 관련 전문 인력의 확보, 적정한 예산의 투입과 전국민 식품감시체계의 구축 등에는 그것이 우리 사회가 기울여야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우리 모두가 같이 이해하고 합의를 해주어야 한다.
식품문화에는 그 사회의 전체적인 문화 수준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요소가 많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번 불량만두 사건으로 과거 불량식품 사건에 못지않게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있으며 고통받고 또한 울분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머물면서 또 다른 불량만두 사건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을 기회로 활용하여 불량식품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국민과 함께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관심과 참여를 결집하여 식품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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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지난 7월 , 국회보에 김춘진 의원이 기고한 글입니다.
* 사진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