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를 걱정하며...
국회의원(고창·부안) 김춘진
(전북도민일보 칼럼)
옛 말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다. 묵은 곡식이 떨어지고 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아 농가의 식생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음력 4~5월경을 이르던 말이다. 근래에 와서는 경제성장과 함께 생활환경이 나아짐에 따라 생소한 말이 되어 버렸으나, 일제강점기 때와 8.15해방 뒤부터 1950년대 까지만 해도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보릿고개 때문에 농민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 식량사정 악화
과거와 비교할 때 눈부시게 성장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 식량재고량이 지난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고갈됐으며 국제곡물시장은 식량위기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쌀, 보리, 옥수수 등 곡물상품 값이 50% 이상 뛰어 소매가격이 30년 래 최고 수준으로 인상됐고 곡물 수출국들이 국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곡물교역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세계식량계획(WFP)이 세계 최빈국들에 계속 지원하려고 더 많은 기금 마련을 위해 긴급지원호소를 발표했고, 세계은행 로버트 졸릭 총재가 부자 국가들에 긴급 조치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거나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한-미 FTA를 체결하였고, 또한 얼마전 한-미 쇠고기협상으로 인하여 큰 홍역을 치루었다. 이와 같은 국외협정은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조업 물품을 수출하기 위해, 경쟁력이 없는 우리의 농수산물시장을 외국에 내어주는 협정이다. 아마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외국산 농수산물이 들어올 경우 우리 농업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것이다. 필자가 농업에 대한 대책없는 FTA를 반대하는 주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에서는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들어와 우리 국민들이 소비하고 그 댓가로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들을 수출하는 것이 더 큰 이익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농업은 다른 산업과는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우선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어세우기가 쉽지 않고, 자국의 식량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분야이다.
우리의 식량자급률 “빨간불”
요즘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석유 생산국들의 전략적 감산정책과 국제유가시장의 혼란 속에서 고유가 상황이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쌀을 제외한 보리쌀, 밀, 옥수수, 두류를 중심으로 곡물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5%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세계 주요 선진국의 식량 자급률은 매우 높은 상황이며 “식량자급률”을 농업정책의 주요 지표로 삼아 관리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및 프랑스 등 주요선진국은 식량자급률이 100%를 넘고 있다. 반면 최근 세계적인 곡물재고는 감소 추세이며, 개도국의 인구 및 소득 증가로 곡물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정체되어 있다. 쌀의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공급 안정을 위해 쌀 수출을 통제하거나 통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은 식량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요즘 우리 나라 농촌에 가보면, 예전에 각종 농산물로 꽉 들어 차였던 농토가 산업단지로 바뀌었거나 아니면 휴경을 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우리 나라 국민들중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은 불편함이 없이 돈만 있으면 쌀과 농산물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 우리 나라에 닥쳐올수 있는 식량위기에 대한 걱정은 어느 누구한테서 찾을 수 없다. 정부 또한 식량자급률 법제화등 관련 현안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농업은 우리의 식량안보 지킴이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의 7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농촌에 노인분들만이 남아 우리 나라의 젓줄인 농산물을 생산하고 계시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 나라는 세계가 놀라울 만큼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으나 그 과정에서 우리의 농촌과 농업은 천대 받아 왔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에 까지 와 있다. 농업을 보호·육성하고 또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부분은 비단 현재 농업에 종사하고 계신 농민들 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농업은 우리의 식량을 책임지고 있는 분야이며, 농업이 무너지면 우리의 식량안보 또한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금 20만원도 않 되는 쌀 한가마니 가격이 100만원이 된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이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농업에 대한 걱정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전체가 고민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담당: 정책비서관 신연석(016-9716-3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