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최근 잇따라 과거 참여정부와 현재 야권이 주장하던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8일 야당과 합의를 통해 등록금 상한제와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도입했다. 정부는 21일 첫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어 ‘고용세액공제’제도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 정책은 대부분 현재 야당들이 주장했던 정책으로 여권의 입장에서 보면 거리가 있는 정책이다.
여권이 최근 도입한 정책은 대체로 일방적 시장지배질서를 배제한 것이어서 전통적으로 우파정부에서는 경계하는 것이다. 최근 도입한 등록금 상한제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과 민노당 등이 꾸준히 제기해온 후불제 등록금의 도입도 성사됐다.
민주당 교육과학기술위원인 김춘진 의원은 “ICL 제도는 사실상 민주당이 주장하던 등록금 후불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등록금 반값을 내세웠지만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우리당이 주장하던 것을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이 강조했던 ‘외고 폐지론’이나 ‘밤 10시 이후 학원수업 금지’ 등도 대표적인 진보의 영역에 속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과거 참여정부가 말로만 앞세웠던 정책을 현정부가 과감하게 시행하는 것은 그만큼 이념적 공세에 대한 부담이 덜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교과위 간사인 임해규 의원은 “야당에서는 먼저 등록금 후불제를 주장했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집권당시 도입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지금 정부에서는 재정에 대한 재설계를 통해 등록금 부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이러한 것이 이명식 중도실용노선”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21일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결정된 내용들도 상당수 과거 참여정부 등에서 시도했지만 실패했거나 구상에 머물렀던 것들이 있다.
중소기업이 상시고용근로자를 늘릴 경우 세액공제를 해주거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공공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대표적인 진보정책에 해당한다. 사회적 일자리와 사회적 기업 개념도 참여정부에서 도입된 이후 현정부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박사는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모든 나라들이 고용정책에서 시장실패를 시인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추세”라며 “한국정부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 지만 현정부가 교육과 노동, 복지 등에서 과거정부 정책을 새롭게 도입하고 계승한다고 해서 정권핵심부의 근본적 철학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대학관계자들과 만나서 “등록금 상한제의 도입에는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21일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도 “일자리는 근본적으로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시장질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국가가 일부 개입하는 방식의 시장우위 정책은 계속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정부여당의 정책은 이미 지난해부터 천명했던 서민배려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 어느나라 정부나 서민생활 개선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좌우논리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1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