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① 여야, 정부안 일방처리 반대
② 언론, 민생문제로 여론압박
③ 이해당사자, 정치권 설득 총력
국회는 18일 오전 임시국회를 열어 본회의에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와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연말부터 여야가 치열한 격론을 벌였고, 자칫 제도도입이 물거품의 위기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통과된 것이다. 이번 여야합의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의회주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행정부의 일방독주에 여야 정치권이 제동을 걸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 일환으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ICL 제도는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혜택 폐지 등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법안이 국회 교육과학위원회로 넘어 온 이후 여야는 법안 상정이전부터 다양한 접촉을 통해 현안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논의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교과위원인 권영진 의원은 “처음부터 당이 개입해서 정부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의원 개개인에게 맡겨 놓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교과위원인 김춘진 의원도 “야당 상임위원장과 소수야당이 의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인 것”이라며 “비록 내용적으로 마음에 다 차지는 않지만 국회가 행정부를 어떻게 견제하고 대안을 만들어 갈지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여야는 지난해 12월 31일 교과위원회에서 ICL 도입과 등록금 상한제를 연계해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후 여야는 당초 정부안에서는 빠졌던 등록금 상한제를 놓고 지루한 공방전을 벌였다. 1월 초에는 밤샘 회의를 통해 여야가 격론을 벌이고 상당한 의견접근도 이뤘다. 하지만 예산문제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갈등을 빚고 한나라당은 지난 12일 이 문제로 2시간에 가까운 의원총회에서 난상토론을 벌이는 이례적 모습까지 보였다.
권 의원은 “여야가 치열하게 논의하고 조화된 부분을 제도화한 것은 의회민주주의의 본보기”라고 했다.
이번 법안이 나오기까지 여론의 역할과 이해당사자의 격론도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절차와 과정이다. 정부가 공언했던 올해 1학기부터 시행키로 한 ICL제도가 물거품될 위기에서 언론은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학생·학부모와 대학당국 등이 국회 안팎에서 벌인 치열한 여론전과 로비활동도 민주주의의 한축이다. 선진국에서 일상화된 이해집단의 로비활동이 한국적 상황에서 나름대로 관철됐다는 평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8일 “오랜만에 국회가 여야가 합심하여 민심과 여론을 반영해 본연의 자리를 찾았다”며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합의를 도출할 수 있고,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여전히 국회의 비생산적 논의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임위원장이나 여야 간사의 일방적 상임위 운영이 건전한 논의의 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10-01-19